신은경(Shin Eun Kyung)
작가노트
한 인간이 태어났다. 그는 누가 언제 어디에 태어나라고 했는지도 모른 채 그 자리에 태어나 부모가 주는 육체적 정신적 영양분을 먹고 자란다. 이렇게 어디엔가 씨앗이 떨어져 어떻게 사는 것에 대하여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그렇게 태어난 이상 살아내야 한다. 내가 그리는 작품의 전반에 등장하는 나무는 그러한 인간의 실존적 존재이다. 모든 인간의 상황은 자신이 속한 가정, 국가에 귀속되어 영향을 받고 그 거대한 세상의 소용돌이 안에 세탁기의 세탁물처럼 살아가고 있다. 나는 이런 혼돈의 상황에서 38년째 살아가고 있다. 세상의 다양한 정치, 사회, 경제, 예술이 주는 메시지들은 나에게 뚜렷한 진실을 알려 주기는커녕 이 세상을 살아가는 염세적 태도를 더욱 키워주니 내가 똑바르게 자랄 수 있었을까. 나는 나의 고통의 원인을 꾸준하게 탐구하고자 하였다.
나의 작품에 등장하는 syndrome이라는 단어는 내가 느끼는 우리나라, 즉 세상(외부)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분단적 정치 상황은 더욱 증후군(syndrome)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것 같다. 나의 작품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감각과 기억, 나아가 극복의 의지가 담긴 작품들이다.
나의 작업의 과정은 우선 오래된 책이나 천 조각에서부터 시작한다. 될 수 있으면 나의 감정이 동요된 이전의 세대 산물을 소재로 한다. 이 소재가 나에게 주는 의미는 과거에 대한 해석이며 어떠한 신념을 포함한 매개체로써 강요든 강요가 아니든 생각을 전달받는 수단이며 도상학적 대상이 된다. 이러한 도상학적 대상은 우리 역사적 상황에서는 강한 정치적 메시지를 가진 산물이다. 이러한 책을 낱장으로 캔버스에 붙여 과거와 현재의 상황을 연결시킨다. 이는 곧 그 과거가 현재에 미치는 영향을 바로 보기 위함으로 그 위에 나무나 담쟁이 풀등을 그려 현재 상황이 곧 과거의 토양에서부터 온 연결이라는 점을 표현한다. 표현의 과정에서 나는 나무들에게 강한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하면서 그것들이 주는 영감에서 인생을 살아가는 이유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느꼈다. 인생의 허무와 syndrome의 상황에서의 일그러진 나무와 구멍꽃의 형태를 통해 인생의 목적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현 인간의 삶의 양상은 결코 희고 고귀할 수만은 없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공격받고 종말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1950년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세 개의 폭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첫 번째 폭탄는 이미 점화된 원자폭탄, 두 번째는 정보폭탄, 세 번째는 21세기에 터질 인구폭탄이라고 말한바 있다.) 나는 이 고통의 상황 속에서 그림을 그리면서 인생의 의미를 조금 느낀 것 같다. 나는 결국 낫지 않을 것 같은 내면의 고통과 상처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나만의 감각적 꽃을 피울 수 있었다. 나에게 2003년부터 이어진 그림에 구멍을 뚫는 행위는 결국 자기 파괴와 상처가 아닌 인간이 피울 수 있는 고통의 꽃 결국 ‘구멍꽃’ 이었다. 나는 이 극복의 꽃을 구멍의 옛말인 ‘구메’라는 단어를 사용해 ‘구메꽃’이라 명명한다.
우리는 진실의 꽃을 피울 때가 되었다. 높은 고통의 담을 올라서 결국 이 세상을, 인생을 살아나가야만 한다. 아리랑 아리랑 구멍꽃 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구메꽃 아리랑... 나는 이 방황과 극복의 상황을 계속 작품에 담아내고 싶다.
작가 약력
2006년 2월 세종대학교 회화과 서양화과 졸업. 서울
그룹전
2017 홍콩한국아트공모전 BABA 아트 공모 동상 수상(HongKong LO gallery)
2005 re: born전 신한 아트 작품 우수상 수상(세종 아트 갤러리)
2003 아사달전(갤러리 La Mer)
2002 아사달전(갤러리 La Mer)
기타
현) 고등학교 미술교사